'츠타야'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12.22 지적자본론 - 책은 상품이 아닌 지적 자본의 총체
  2. 2015.09.03 [책리뷰]매거진B 37호 - 퍼플카우 같은 잡지, 매거진 B

지적자본론 - 책은 상품이 아닌 지적 자본의 총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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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상품이 아닌 지적 자본의 총체

 

지난 달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11.5 미터 길이에 폭은 1.51.8m나 되는 무게 1.6t의 독서 테이블 2개가 설치되었다. 설치비용만 43000만원의 뉴질랜드산 대형 카우리 소나무로 만든,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이 테이블의 등장은 찬반양론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한동안 뜨거웠다. 이제야 제대로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며 반기는 쪽이 있는가 하면, 사지도 않고 읽기만 한다면 손때 묻어 팔 수 없는 책들은 반품이 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출판사가 떠안게 된다며 생색은 서점이 내고 손해는 출판사가 지게 될 거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았다.

 

내 생각은 전자 쪽이다. 테이블이 있기 전에도 통로에 서서 혹은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는 사람은 많았다. IMF 외환위기 시대였던 18년 전, 졸업 후 백수생활을 할 때 거의 일 년 동안 매일 그곳에 들러 공짜로 책을 읽으며 우울한 시절을 견뎠던 나는 불편하게 책을 읽는 소비자에 대한 서점의 배려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나를 힘들게 한 건 다리의 고통보다 필경 자격지심이었을 직원들의 눈칫밥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의 명물이 된 서점 츠타야(TSUTAYA)의 창업자 마스다 무네아키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그는 고객가치를 우선한다면 답은 쉽다.”고 말할 것이다. 쉽게 말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서점을 매장(賣場)이라고도 부르는데,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매장(買場), 즉 상품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매입하는 장소여야 한다. 츠타야의 정신이기도 한 고객가치 우선의 관점에서 본다면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츠타야처럼) 독자가 책을 최대한 편하게 경험하며 만끽할 수 있어서 읽고 있는 책을 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

 

츠타야의 고객가치가 궁금하다면 <지적자본론>을 읽으면 된다. ‘츠타야서점을 기획해 성공시킨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이 책은 서점의 미래 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버블 경제의 붕괴로 잃어버린 20의 후유증을 앓아 온 일본은 최근 10년 사이에 10,000여 곳의 서점이 문을 닫는 등 기존의 대형서점들은 맥을 못 추고 있는데 5만 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리고, 1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츠타야 서점만은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에 푸르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약 12,000의 부지에 츠타야의 대형 매장 3곳과 다양한 전문점을 세운 다이칸야마 츠타야의 성공은 서점의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츠타야의 성공은 고객가치의 관점에서 소비사회의 변화를 살피고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상품자체가 부족한 퍼스트 스테이지(first stage)와 상품이 넘쳐나는 세컨드 스테이지(second stage)를 넘어 지금은 온오프상에서 상품을 파는 플랫폼이 넘쳐나 시간과 장소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고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서드 스테이지(third stage)가 우리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대라고 보았다. 이런 서드 스테이지 시대에 서점이라는 플랫폼이 갖춰야 할 것은 제안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49

 

저자는 제안능력은 곧 지적자본이고, 이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53)고 보았다. 그리고 오늘날 서점의 위기는 서점은 서적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런데 그 부분은 깡그리 무시하고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68)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이라는 공간을 재구축했다. 그래서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라는 식으로 장르에 따라 책을 구분했고, 책도 단행본이든 문고든 가리지 않고 장르에 맞춰 횡단적으로 진열시켰다.

 

그리고 츠타야 서점을 단순히 책이 아닌 책 속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으로 만들기 위해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는 지적자본을 충분히 갖춘 접객 담당자(Concierge)30여명 운용하고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접객 담당자는 대부분 해당 분야 직종에 몸담았던 전문가로 도서 선택 뿐 아니라 분야별 전방위 컨설팅을 도와주고 있다. 츠타야 서점은 지금 판매액을 기준으로 키노쿠니아 서점이나 준쿠도 서점을 웃도는, 일본 최대의 서점체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서점의 혁명은 시너지를 낳았다. 사가 현 다케오 시의 시장인 히와타시 게이스케가 저자를 찾아와 시립 도서관 운영을 부탁했다. 인구 5만의 시의 시민들 중 약 20%밖에 이용하지 않는 도서관을 시민들에게 좀 더 개방된 시설로 만들어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의 기획회사인 CCC가 축적한 다양한 지적자본 노하우가 고스란히 이전된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재개관 이후 13개월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 인구 5만 명 규모의 지방 시립 도서관이 일본 제일의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다이칸 야마에서 시작된 서점 혁명은 다케오 시립도서관과 같은 도서관 혁명을 일으켰고, 이후 다케오 시에 이어 다수의 시립도서관과 일본의 기차역인 JR역사 건물에 시립도서관 설립 프로젝트가 추진중이다. 한마디로 지금 일본은 지적자본에 의해 조용하지만 거대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소비자들에게 편안한(comfortable)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책을 마음껏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음은 물론, 쉽게 책을 찾고, 관심 있는 분야의 몰랐던 책도 덤을 찾을 수 있다면, 거기에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직접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책을 추천해 준다면, 제아무리 불황이라도 책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고객가치의 창출) 최대한 편안한 선택을 도와주는 것(라이프 스타일 제안)이 츠타야의 성공비결이자 창업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철학이다.

 

서적을 단순히 물성(物性)으로서의 책으로 보지 않고 지적자본의 시작이자 제안 덩어리로 봤다던가,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방향성이 다른 발상은 무척이나 놀랍고 인상적이다. 혁신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바라볼 것인가하는 생각법에 있었다. 그 점에서 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소나무 테이블은 대한민국판 츠타야의 탄생을 위한 첫 발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저널

<기획회의>(406호)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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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매거진B 37호 - 퍼플카우 같은 잡지, 매거진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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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음보다 다름>(북스톤)을 통해 알게 된 브랜드 잡지 <매거진 B>.

검색해 보니 유니타스 브랜드와는 전혀 새로운 느낌이었다. 매월 즐기는 에스콰이어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싶었다.

더 반가운 것은 주제가 일본에서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는 CCC그룹의 대표서점 츠타야TSUTAYA 였다.

주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잡지가 도착한 건 적은 양이지만 단비가 내리던 지난 수요일이었다. 비소리를 들으며 막 내린 드립커피 한 잔을 옆고 놓고 책을 펼치니 일본의 츠타야로 순간이동한 기분이 들었다. 일본의 부르터스인가 하는 어느 잡지는 한 권이 나올 때마다 단 하나의 기업광고만을 싣는다던데, 단 하나의 광고도 없는 잡지는 <매거진 B> 전에는 듣도 보도 못했다. 활자 하나 없이 양면이 이미지로 가득한 페이지도 수두룩, 페이지 숫자 마저 공해였던지 없앴다. 그 덕분인가, 마치 화랑에 온 듯 이미지에 사로잡혀 몰입하며 만끽할 수 있었다.

 

 

여성들이 백화점을 가면 모두 훑어보고 난 후에 사려던 제품을 산다던데, 내 책 쇼핑이 그렇다. 일단 서점에 가면 매 번 한 시간을 훌쩍 넘도록 서가를 쏘다니며 책을 고른다. 지갑에 돈이 많던 적던, 항상 고른 책은 처음 생각한 두세 배 정도 된다. 그때부터 '어느 책을 낙점할까'하는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고르지 못한 책은 다음을 위해 항상 기록해 둔다. 전에는 메모지에 기록해 두었지만, 요즘은 아이폰 카메라에 저장한다. 집에 돌아온 후까지 미련이 남으면 늦은 밤이라도 온라인 주문을 하기도 한다.


서점에서 어디 책만 고르랴. 책을 만나러 온 사람들 구경은 필수, 스크린으로 가득 찬 디지털 세상에서 만난 나름의 '동지'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읽을까 항상 궁금했는데, 츠타야 속 동지들의 책도 궁금했다. 물론 한참을 들여다봐야 이해가 될 일본어일테지만.

 

 

<매거진 B>는 훌륭한 잡지다. 하나에서 열까지 공들이지 않은 곳이 없는, 그래서 매 페이지마다 감탄하며 한참을 머무르게 한다. 심지어 잡지 속 문장마저 군더더기가 없다. 미사여구 가득한 월간지와는 다른, 멋들어진 잡지다. 보고 읽고 배우고 익히는 그런 잡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 난 그 날 온전히 츠타야에 머무르고 있었다. 주제가 츠타야여서 그곳에 간 듯한 착각이 느껴졌다면,

다른 주제들은 어떨까? 과월호에 소개된 브랜드들이 궁금해졌다.


 

익히 아는 기업과 들어봤음직한 브랜드가 대부분, 전혀 모르는 브랜드도 적지 않았다. 과월호 36권, 모두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브랜드 관련서는 뭔가를 배우고 익혀야 된다는 강박을 갖게 하는데, 이 잡지는 달랐다. 페이지를 거듭할수록 그 기업에 젖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소개된 만큼 꼭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다음 일본 여행에 들려야 할 곳이 하나 더 늘었다.


잡지 말미에 소개된 레퍼런스 중에 츠타야에 대한 국내도서가 있었다. <라이프스타일을 팔다>였는데, 주문해 살펴보니 츠타야의 창업자가 쓴 책으로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기획단계를 설명한 책이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순서를 따지면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를 읽은 후 <매거진 B> 37호를 살피면 된다. 물론, 직접 가본다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겠지만.


써야 할 책리뷰도 많은데, 굳이 잡지 리뷰를 한 이유는 그만큼 이 잡지를 통해 내가 받은 충격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과월호들도 살핀 후에 리뷰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득했다. 오랜만에 쓰는 포토리뷰도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인생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그간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읽지 않은 동안 살면서 알 수도 있는데, 모르고 지나친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을 읽을 때 마다 읽기 전 나와 읽은 후 내가 다르듯, 책을 통해 뭔가를 안 이후에 만나는 세상은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인물이나 기업 브랜드는 안 이후에 경험하면 더욱 특별해진다. 어느 지역에 대한 여행책의 부제가 'XX 100배 즐기기'인 것처럼, 알고나면 더 느끼고 더 즐길 수 있다. <매거진 B>는 그러한 독서경험을 제공해 주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이 잡지에 대한 소개를 '기업의 브랜드를 알리는 잡지'라고 한다면 얼핏 더할 나위 없이 통속적일 것 같지만, 인류가 오늘까지 고민을 거듭한 결과물이 시장에 나온 '제품과 서비스'란 걸 이해한다면, 아트전의 도록보다 더 인문적이고 예술적이다. 

처음 만나는 잡지에 대해 '낯선 것에 대한 호의'를 품었더니 훌륭한 경험으로 돌아왔다. 이미 있는 서른 여섯 건의 경험과 매월 만들어질 경험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묘한 흥분감이 들었다. 나 같지 않은 설레발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흥겹다. 마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미인과 데이트한 기분, 지금이 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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