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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3.09 요시다 슈치이, 디지털 문자 세대가 겪는 '소통의 연애'을 말하다

1Q84- 하루키가 그린, 아름답지만 애절하도록 슬픈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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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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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가 그린, 아름답지만 애절하도록 슬픈 러브스토리! 

  2009년 하반기에 들어 세상은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하고 있다. 천 삼백 페이지가 넘는 대단한 분량의 소설<1Q84>이 그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해변의 카프카>이후 나타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컴백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해질 것 같다. 하지만 제 아무리 하루키라 할지라도 이야기가 형편없다면 일본에서만 7초에 한 권꼴로 팔리고, 국내에도 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는 통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1Q84에게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누구든 그 책을 펴기만 한다면 독자인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우리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다룬 슬픈 러브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일생동안 몇 번의 사랑(단 한 번의 사랑도 있겠지만)을 한다. 그리고 사랑의 결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며서 살아가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사랑한 이와 함께 가정을 꾸몄다고 할지라도 과연 옆에 있는 배우자는 진짜 내 반쪽일까 하고 의문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네가 옆에 있어도 누군가가 그립다’면 그것이 진짜 내 사랑일까? 남녀가 한 몸이었던 인간이 신의 시샘을 받아 절반으로 갈라진 후 평생 그 짝을 찾아 헤매다가 죽는다는 어느 신화의 이야기처럼 진정한 사랑, 진짜 내 반쪽은 누구일까 누구든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인류의 고민을 하루키는 이 책에 풀어놓았다. 

 

 

    세인들은 이 책에 대해 많은 분석과 평가를 내리고 있다. 1,2권이 각각 24장으로 나눠진 구성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구성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하고, 그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 등 다양한 음악이 등장하고, 찰스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제임스 프레이저, 피츠 제럴드 등 다양한 문학들, 그리고 마셜 아츠와 재즈 그리고 킬러등의 등장 등 스토리 속에 스토리를 숨겨 넣는 베스트셀러적 코드들이 내재돼 있다고 말한다. 

 한편 혹자는 소설의 제목인 ‘1Q84’의 ‘Q’는 질문(Question)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을 염두에 둔 이 제목이 주는 깊은 뜻이 무엇일까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오옴진리교의 사린독가스 사건을 소재로 현대사회의 집단적 광기 또는 병리, 폐쇄되고 고립된 현대인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난 모든 군더더기를 제외하고 아오마메와 덴고, 이렇게 두 주인공에 주목한다. 하루키는 출간에 즈음해서 어느 날 아오마메와 덴고라는 남녀주인공의 이름을 짓는 순간 둘을 주인공으로 해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 둘에 주목하면 천 삼백 페이지의 이야기는 지극히 짧지만 아름다운 애정소설로 변한다. 아름답지만 애절토록 슬픈 러브스토리다. 

  이치카와 초등학교의 동창인 두사람은 학교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친하지도 않았다. 단지 한 번 손을 잡았을 뿐이다. 그 때의 경험은 서소를 숨김없이 원했고, 서로를 격려해 준 기억으로 남았다. 그 한 번의 경험이 그들을 운명적인 사랑으로 만든 것이다. 사랑은 나를 알아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행하고 느끼는 모두를 알아주는 유일한 상대를 만드는 것이다. 사랑이 결핍된 성장과정을 겪은 그들은 자라서도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둘의 경험은 더욱 소중했는지 모른다. 아오마메는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될 암적인 존재들을 청부살해하는 킬러가 되어 살아가고, 덴고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불륜의 정사를 위안삼는 소설 지망생으로 살아갔다. 20년 동안 서로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채.  

 이 둘을 다시 만나게 한 끈은 아오마메에게 있었다. 아오마메는 20 년 동안 덴고를 사랑했다. 덴고는 그녀에게 있어 언젠가는 꼭 봐야 할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오마메는 운명이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거라고 믿어 굳이 찾지 않았다. 한편 덴고는 그녀의 존재를 잊고 살았다. 작은 편린 같은 기억만 있을 뿐 그녀에 대한 감정대신 ‘막연히 배고픈 사랑’이 자리하고 잇었다. 그들이 만나게 되는 세상은 현실이 아닌 달이 두 개 있는 세상, 1Q84 였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키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물론 그렇겠지만) 홀수 장은 아오마메의 이야기로, 짝수 장은 덴고의 이야기로 채웠다. 하루키의 문장은 늘 그렇듯 알아듣기 쉽고 간결하며 대부분의 경우 편안하게 다가왔지만, 눈으로 본 일을 일이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중간에 멈춰 서서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건 무슨 뜻일까”하고 고찰하는 일이 없다. 그는 천천히 하지만 적당한 보폭으로 계속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나는 그 시선을 빌려, 그의 시선과 걸음에 맞춰 따라가게 된다. 매우 자연스럽게, 그리고 문득 깨닫고 보니 난 딴 세계에 들어와 있었다. 이곳이 아닌 세계. 1Q84의 세계였다.

 아오마메는 어느 날 달이 두 개인 세상에 들어선다. 커다랗고 노란 달, 그 위에 일그러진 초록의 작은 달. 또 다른 세계를 상징하는 두 개의 달은 하나만 있는 현실과는 다른 세계, 즉 그 세계에서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상황에 대한 복선이다.

    아오마메는 어느 종교단체의 범상치 않은 리더를 암살하는 순간 그로부터 이 모든 사실을 듣게 된다. 두 주인공에게 리더는 ‘메신저이자 가교’였던 셈이다. 현실이 아닌 달이 두 개인 세상, 아오마메가 덴고를 언젠가는 찾고자 하는 마음은 사랑하기 때문이고, 덴고 역시 그녀인지를 알지 못하지만, 아직까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아오마메는 알게 된다. 슬픈 것은 둘의 사랑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1Q84의 세상에서 둘이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한 데에서 만족해야 했다.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항상 묻는 질문은 ‘당신이 정말 내 반쪽인가?’일 것이다. ‘당신이 내가 찾는 그 사람인가? 네가 정말 나의 사랑인가?’ 수백 수천 번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이 있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고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그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생에서 ‘운명의 내 사랑’을 결국 찾고 있는가?

 만약 우리가 ‘운명의 내 사랑’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전혀 관련을 갖지 못한 채, 서로를 생각하면서 각자 고독하게 늙어갈 것이다. 어쩌면 그런 사랑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죽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비록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의 운명적인 사랑이 누구인지를 확인한 아오마메는 부러운 사람이다. 그녀는 덴고를 만날 수 없다 하더라도, 그가 자신이 있는 1Q84의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의미를 찾는다. 단 1%라도 만날 가능성이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한편 덴고는 아버지가 있는 병원으로 가는 길에 읽은 단편 <고양이 마을>에서 ‘상실되어야 할 장소’ 즉, ‘마음의 짐을 덜어야 할 곳‘을 찾는다. 바로 코마 상태에 있는 아버지였다. 그는 듣지 못하는(들을 수 있을지언정 대답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상실해야 할 무언가를 털어 놓는다. 그것 역시 사랑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싫어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살아가는 데 지쳤어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 지쳤습니다. 내게는 친구가 없어요. 단 한 사람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사랑하지 못해요. 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그런 행위를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거에요. 내가 하는 말 알아들어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는 없어요. 아니 그가 아버지 탓이라는 게 아니에요. 생각해 보면 아버지도 역시 그런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죠. 아버지도 아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잘 몰랐을 거에요. 안 그래요?“

    아픈 기억을 상실함으로써 덴고는 가슴속의 긴밀한 구름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심장 바로 가까이에 있는 가상의 부분이 기분 좋을 정도의 희미한 통증은 다시 채워야 할 무엇을 알게 된다. 그는 지금껏 누군가를 진지하게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 이 사람이라면 나를 던져도 좋다고 느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단 한 번도. 그리고 덴고는 순간 그 대상이 아오마메 였음을 깨닫고 그녀를 찾아나선다.  

  아오마메에게 1Q84의 세상은 베이면 피가 나는 또 다른 현실, 그리고 사랑하는 덴고가 있는 현실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달이 두 개인 사실을 아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덴고(아오마메를 찾고 있던)였다. 열 살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덴고를 보고 그녀는 자연스러운 따스함과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이 세상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이었다.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그를 찾았지만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오마메는 길 하나 건너에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의 팔에 안긴다는 가능성에 격한 기쁨과 기대를 온몸으로 느낀 것으로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며 이렇게 다짐했다.  

“1Q84년. 그것이 이 세계에 주어진 명칭이다. 나는 반년쯤 전에 이 세계에 들어왔고, 그리고 지금 나가려 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채 이곳에 들어왔고 이제 내 의지에 따라 이곳에서 나가려 하고 있다. 내가 떠난 뒤에도 덴고는 이곳에 머문다. 덴고에게 그것이 어떤 세계가 될지, 나는 물론 알지 못한다. 곁에서 지켜볼 수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그를 위해 죽어가려 한다. 나 자신을 위해 살지는 못했다. 그런 가능성은 처음부터 내게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다. 그러면 돼. 나는 미소 지으며 죽을 수 있어. 거짓말이 아니야.” 

  덴고가 아오마메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은 ‘공기 번데기’안에 있는 어린 시절의 그녀를 보면서다. 덴고는 사라져가는 그녀에게 ‘나는 반드시 너를 찾아낼 거야’라고 말한다. 그가 사랑을 확인한 순간부터 이 세상에 달이 몇 개인 것은 상관없다. 자신의 생에서 꼭 이뤄야 할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아오마메를 찾자. 덴고는 새삼 마음먹었다. 무슨 일이 있건, 그곳이 어떤 세계이건, 그리고 그녀가 누구이건.”  

  우리가 유한한 행복을 느끼고, 혼자일 때 아련한 아픔을 겪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 채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한 채 만약 혼자된 세상을 살고 있다면 그곳은 아오마메가 숨어 지냈던 안전가옥, 모델룸일 것이다. 모델룸에 들어서듯 태어나서 자리잡고 앉아 차를 마시고 창가의 풍경을 주시하다가 시간이 되면 인사를 하고 나가듯 죽는 세상, 모델룸의 가구와 장식은 종이로 만든 쓸모없는 소품인 것이다. 외로운 우리는 지금 정작 무엇을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고민하게 했다. 이젠 덴고의 차례다. 공기 번데기 속으로 숨어버린 아오마메를 나설 덴고를 지켜봐야 할 차례다. 그가 내가 되고, 내가 그가 되어 찾고 싶어졌다. 10月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계속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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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치이, 디지털 문자 세대가 겪는 '소통의 연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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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 10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은행나무


연애소설을 엮어내면서도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파고들었던 작가가 이번에는 소리와 정적의 이원적 대립 구조를 통해 소통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완성해냈다. 언어가 가지는 취약성과 한계를 언어로 풀어내는 소설로 되돌아보고 파헤쳐낸 작가의 도전정신에 조용한 찬탄을 보낸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이영미 (옮긴이)



요시다 슈치이, 디지털 문자 세대가 겪는 '소통의 연애'을 말하다
  

당신은 분명 말을 못하지만 

나는 항상 생각했어요.  

우리들은 많은 말들을 하지만 

말하면 말할수록 정말 진심에서 멀어져 가는 건 아닐까 하고...

 

   배우지망생하는 여주인공 히로코와 청각을 잃은 화가 코지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린 일본 드라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줘>에 나오는 대사다.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는 친밀감은 대화를 통해 얻는다. 더우기 연인관계에 있어서 대화는 관계를 맺고 이어주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의사전달수단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 만도 아니다. 무뚝뚝한 사내로 잘 알려진 경상도 사나이도 애인이 있으며, 가정을 꾸민다. 오리마냥 한 시도 입을 그만 두지 못하고 주절대는 사내보다 할 말만 짧게 내뱉는 과묵한 사내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있으니까. 대화를 많이 하고 적게 하고를 떠나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만으로 연인 관계가 성립되는 건지도 모른다.  

  만약 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난다면 그들의 사랑은 어떨까? 그에 대해 고민했던 드라마가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줘>다. 원만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연인에게는 많은 벽이 존재함을 보여줬다. 사람은 말이 아닌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정작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느끼는 안타까움과 좌절감은 좋아하는 감정 못지 않게 크게 다가온다는 것을 드라마내내 보여줬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온전함에 감사하고, 제 경우가 아닌 것에 안도하며 그들의 사랑을 애타게 볼만한 것도 아니었다. 불완전한 소통 속에서 서로의 '진실한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이해'와 '오해'가 엇갈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 <사랑을 말해줘> 또한 위의 드라마와 비슷한 관계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다큐멘터리 제작가로 취재를 통해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을 일로 하는 슌페와 소리를 잃어버린 쿄코의 아이러니한 만남은 공원에서 였다. 소리듣기가 직업인 남자의 무성無聲 연애는 <악인>과 <동경만경>으로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의 펜끝에서 펼쳐졌다. 원작은 静かな爆弾 -조용한 폭탄 이다. 

 

 

   슌페이와 쿄코의 공원에서의 만남 장면은 연애의 시작이 늘 그렇듯 어설프고 재미있다. 그래서 순수해 보인다.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그리고 묘한 흥분이 이 작품이 순애소설임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짧은 질문, 상상을 부르는 대답. 그리고 시적인 배경묘사는 요시다 슈이치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듯 하다. 희극배우가 생활에 돌아와서는 오히려 과묵하듯, 소리를 모으는 슌페이는 무의미한 일상의 대화에 '시끄러워' 외치며 귀를 닫고 싶어한다. 그런 그에게 조용히 나타난 '쿄코'는 그녀 앞에 나타났던 떠돌이 고양이처럼 '신의 다른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독실한 신자가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신에게 '살려주기'를 희망했다. 남자, 여자, 노인과 아이가 도와주려 했지만 '신'이 구해줄꺼라며 도움을 받지 않다가 결국 익사하고 말았다. 저승으로 올라간 '독실한 신자'는 당당하게 '신'을 찾아가 '나의 믿음이 이토록 깊은데 당신은 왜 나를 구해주지 않았는가?'하고 대들었다. 그러자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신은 되물으셨다. "너에게 도움을 주려고 남자, 여자, 노인과 아이의 모습으로 다가갔는데 네가 물리쳤지 않았느냐?"고. 

  여기서 신은 절대자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무엇을 가진 자'이리라. 슌페이 앞에 나타난 쿄코는 외롭지만, 조용한 연인을 원했던 것인지 모른다. 쿄코가 떠돌이 고양이에게 햄을 주며 '신일지도 몰라. 신중하자, 신중해야 해'라고 생각한 건 내 옆에 있는 '반쪽이라는 존재'에게 신중하기를 권하는 소리로 들렸다. '내가 필요했던 그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두 사람의 유일한 대화수단은 '메모'다. 적어서 보여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대화법은 일상에서 전화할 수 없는 때에 나누는 우리의 '문자 메시지'를 닮았다. 글로써 표현함은 생각을 정리함을 전제로 하기에 말보다 시간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그 잠깐의 고요함이 '올바른 전달'로 이어짐을 우리는 안다. 조금은 오랜 시간을 머금은 문자는 진중한 듯 정겹고, 대화하듯 날아드는 문자는 가볍다. 떨어진 거리를 메우기 위한 '메모' 또한 시간의 거리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까? 두 주인공의 대화는 시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들렸다. 

  갑작스런 업무와 오해로 둘은 떨어지게 되고, 슌페이는 쿄코를 미치도록 찾게 된다. 존재감을 재확인하는 시간은 '부재의 시간'이요, 이 순간은 부족한 인간이 늘 말하는 '시행착오'일게다. 찾았던 시간 만큼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많을 테지만 그녀의 반가운 문자에 던지는 대답은 '보고싶어'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에게 느끼는 오만가지 감정과 감각의 표현을 모두 모아 고백하는건  결국 싱글일 적 흔하디 흔하고, 천박스럽기까지 하다며 눈흘기며 내뱉은 '사랑해'란 단어가 아니던가? 들리지 않는 핸디캡을 안은 연인의 사랑이나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연인의 사랑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내 이야기인듯 주인공이 곧 나인 듯 추적하게 만든다. 오늘도 수도 없이 찢어지고 이어지는 우리들의 어설픈 사랑에 대해 '찾아왔거든 '만나고 싶었던 신을 대한 신중하게 대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진중하게 고백하라'고 소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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