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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5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잘 만들어진 로드 무비 아니, 로드 소설이다!
  2. 2009.10.19 크로아티아 블루 - 파란 세상의 나라를 구경하다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잘 만들어진 로드 무비 아니, 로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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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아이레스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정은선 (예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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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잘 만들어진 로드 무비 아니, 로드 소설이다! 

  연극과 영화를 연출하고 마케팅을 하던 장래의 시나리오 작가가 어느 날 남미로 훌쩍 떠났다. 여행과 영화에 관련된 소재꺼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착한 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그리고 그녀는 그곳 공기에 뭍혀 국적 없는 이방인이 되었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기억하고, 필름에 담았다.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하며 그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약간은 그을리고 약간은 핼쑥해졌을까. 알 길은 없다. 하지만 필경 떠나기 전보다 사고의 키가 훌쩍 커서 왔을 것이다. 사진을 보며 한동안 머물렀던 남미의 생활을 추억하다가 문득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서점의 매대에 쏟아지는 자화자찬의 여행기가 쏟아진다. 남과는 다른 곳, 다른 방식으로 멋진 풍경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그 사이에 이야기를 메꾸지만 책을 덮고 나면 한결같이 ‘정말 가서 살고 싶은 곳’ 운운하는 그저 그런 결말로 그치고 만다. 독자들은 사실 작가(유명인이 아니고서야)가 어디를 갔고, 뭘 했고, 뭘 먹었는지 그리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는 관심 없다. 관심사는 단 하나. ‘그곳에 무엇이 있더냐’, ‘정말 가 볼만 하더냐’ 일 뿐이다.  

 

 

  

  책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in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그런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로드 무비 아니, 로드 소설이다. 이 책에는 작가가 없다. 대신 저마다 버려야 할, 얻고 싶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이 있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OJ여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른 여행객이라는 점이다. 주인공들은 나그네가 되고, OJ여사는 주모酒母가 된다. ‘게스트하우스’는 피곤한 나그네들이 하룻밤 신세를 지는 주막인 셈이다.  

  서울에서 진행중이던 모든 프로젝트를 버려둔 채 갑자기 사라진 연인을 찾아온 OK김, 원하지 않던 불륜의 막장 드라마에 질려 무작정 떠나온 나작가, 여자 부모의 반대로 이제 사랑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원포토, 처자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았다며 마지막 정착지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선택한 박벤처. 그리고 의문의 여인 로사. 주인공들의 사연은 작가의 이야기고 독자들의 이야기다. 생면부지의 이들이 서로를 알게 되고 비슷한 처지임에 위로를 얻게 하는 유일한 플랫폼은 OJ여사다. 그녀 역시 그 누구보다 깊은 사연을 담고 있었지만...그들은 모두 사랑에 취해 있었다. 그 대상이 이성異性이든, 자신이든, 가족이든, 사랑을 되찾으러 헤매고 었었다. 젠장 맞을 사랑, 지구 끝에서도 사람들은 사랑타령을 한다.

    영상소설 같은 스토리의 진행은 잘 꿰어 맞춘 육각면체의 큐브처럼 절묘하게 이어진다. 주인공들의 시선이 멈추는 곳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명소이고, 운치 있는 사진들은 설명이 된다(따로 각주를 넣어 설명도 하지만). 컬러풀한 풍경, 뙤약볕의 한낮, 뜨거운 공기, 알코올 냄새와 소움이 그득한 열정의 밤풍경, 그리고 정열적인 사람들. 마치 각각의 주인공들의 한걸음 뒤에서 그를 좇듯 함께 시선이 머물고 함께 취한다. 저자의 유려한 문체는 주인공들의 목소리마저 들리는 듯 했다. 책의 곳곳에 숨은 전면가득한 사진 속에 들어있는 임펙트강한 저자의 생각은 한 편의 광고문구 같이 멋들어진다.  

그 중 인상적인 글 하나. “우리는 왜 여행을 하며 방황할까?”라는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을 하는 것 같은 글이다. 

“여기가 어디지?”

서울 시내에서 길을 잃었을 때,

우리가 찾는 것들은 항상 정해져 있다.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 삼성동의 코엑스, 신사 사거리 주유소...

불행히도 삶에서는 그런 행운이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위치조차 모르는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을 찾아

끊임없이 떠돌아다닌다. 본문 33 쪽

  

  영화 같은 소설. 작가가 경험한 그곳의 이야기는 글자로 새겨져 내 눈에 들어왔고, 글자는 다시 필름으로 내 머리에 박혔다. 또 한 편의 여행기거니 하고 심드렁하게 읽은 책이어서 뜨거운 남미의 잔향은 더 오래 내 코끝에 머물러 있다.  

P.S. 공교롭게도 이 책의 원고가 나오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단다. 게다가 저자인 정은선은 그 영화의 PD를 맡고 있단다. OJ 여사의 <게스트하우스>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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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 - 파란 세상의 나라를 구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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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김랑 (나무수,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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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아티아 블루 - 파란 세상의 나라를 구경하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가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알랭 드 보통이 그의 여행 에세이 <여행의 기술>에서 한 말입니다. 생전 보지 못한 물건을 사고 음식을 경험하는 것은 멋진 여행의 묘미입니다. 또 자신의 분야와 목적에 어울리는 주제를 따라 ‘순례’를 하는 것도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 알랭 드 보통은 ‘생각을 만드는 여행’을 권하는군요. 생각을 만드는 여행이라...그러면 이렇게 하면 좋겠네요. 혼자서 되도록 멀리가는 겁니다. 내 집으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고립’이라는 단어는 뚜렸해집니다. 세상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면, 새로운 환경에서 홀로 아침을 맞고 밤을 보내면서 낳은 생각들은 온전히 ‘나 만의 생각’이 되겠네요. 여기에 더한다면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라면 더욱 좋겠네요(하지만 저 같은 겁쟁이는 죽을 때까지 시도하지 못할 방법이라죠).  

  여기 한 사내가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손에 쥐고 낯선 땅 ‘크로아티아’로 떠납니다. 저~엉말 낯선 곳이네요. 내 생에 이 단어를 몇 번을 들어봤을까 싶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월드컵 축구를 통해 들어본 것 같네요. 아, 얼마 전 본 영화 <하이레인High Lane>의 촬영장소가 그곳이라 했던가요?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 사이에 걸린 ‘죽음의 다리’를 넘어서면서 끔찍깜찍한 일들이 벌어지는데요, 영화를 보면서 ‘이거 세트아냐? 저런 곳이 있단 말이야?’ 생각했던 곳입니다. 아무튼 크로아티아는 제게 어떤 곳일지 상상하기가 힘든 나라입니다. 아니 여행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우주’같은 나라입니다. 이 책을 펼친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내게 우주같은 곳을 배낭 하나 덜렁 매고 다녀온 사내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던거죠. 소개합니다. <크로아티아 블루>입니다. 

 

 

    크로아티아는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이루던 여섯 국가중 하나로 유럽사람들에게도 ‘유럽 속의 아주 특별한 유럽’으로 불리는 독자적인 슬라브 문화를 가진 나라입니다. 이곳은 이탈리아보다 잘 보존된 고대 로마의 유적이 가득한 곳이라고 하네요. 저자인 김랑은 ‘랩소디 인 블루‘라는 글로 책을, 크로아티아 여행을 시작합니다.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한 이 나라를 잘 표현하기도 하는 글이네요. 

랩소디 인 블루 

‘푸름’에는 그 색깔만큼이나 셀 수 없는 감정들이 담겨 있다.

 

풋풋한 사랑이 있고,

햇살 같은 웃음과 위안이 있고,

바다 같은 그리움이 있고,

부서지는 파도 같은 아픔이 있으며,

짜디짠 슬픔도 있다.

아드리아가 품고 있는 크로아티아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푸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 이름조차 파래서 건드리면 생각만 해도 금세 ‘푸름’이 번지는 곳.

 

나의 감정을 홀로 만나고,

구겨진 기억을 다려 펴고,

사람의 기억을 매만지는 게 여행이라면,

 

크로아티아는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세상의 모든 푸름이 다 모여 있는 곳, 크로아티아. 김랑은 크로아티아가 가진 도시들, 이스트라, 자그레브, 디나라 알프스, 달마티아를 돌면서 푸름을 이야기하고, 푸름 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그림에서나 볼 것 같은 낯선 풍경은 놀라움 그 자체네요. 특별한 색의 더 특별한 구조로 만들어진 건축물 위엔 늘 푸른 하늘이 있습니다.  

  디나라 알프스에서 이 사내는 한 일본 여행객을 만납니다. 물론 혼자죠. 영화 비포 선 라이즈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네요. 홀로 떠나는 모든 여행객의 로망이 아닐까요?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사막은 너무 아플 것 같았어요. 난 겁이 많은데. 그래서 여기였어요. 사무실 책상 맞은편에 늘 이곳 사진이 붙어 있어서 괜찮을 것 같았거든요.” 여행사에서 일한 그녀가 이곳을 온 이유는 7년 간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회사를 관두고 이곳으로 온 것이 ‘여행의 이유’였습니다. “난 태어날 때부터 반쪽짜리였어요. 그 반쪽을 메워줬던 사람이 떠나고 나니까, 나는 다시 반쪽이 돼버렸어요. 이곳에 오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반쪽일 뿐이에요.” 싸구려 와인 두 병을 비우고 이들은 돌아서 다시 혼자가 됩니다. 새벽녘에 부는 바람은 그녀의 한숨 같았다고 하네요. 그녀에게는 ‘채움’보다는 ‘비움’이 필요한 여행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자가 어디에서 잠을 자고 어디서 먹고,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또 그런 종류의 사진들이었다면 이 책을 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가 생각한 내용들에도 별로 관심은 없었죠. 난 그를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가 담은 사진들은 내 눈을 사로잡습니다. 내가 그곳에 간다고 해도 남기지 못할 것 같은 사진들이 매력적이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크.로.아.티.아. 낱말 하나 하나가 맞춰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나를 생각합니다. 난 파랑색을 좋아합니다. 특히 인디고 블루를 좋아하죠. 가슴에 ‘콕’ 심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색입니다. 그래서 크로아티아가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참 가보고 싶어지는 나라더군요. 그의 사진이 절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뽀샵처리를 해도 이렇게 나올까요? 알 수 없죠.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한 보름 정도만 있다가 오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까무러치게 파란 하늘과 터키옥 같은 바다를 보면서 마음을 파랗게 물들여오면 좋겠습니다.  

  흑백의 바다를 바탕으로 그가 쓴 글이 마음에 듭니다.  

  “모든 게 정리됐다고 해도 떠나고 보면

아무것도 정리된 것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도 분명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내일도 어제와 똑같은 기억을 안고 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지구를 몇 바퀴쯤 돌아온 이곳에서,

내일은 오늘과는 분명 다를 거라고 나는 믿습니다.“ 

  만약 여행을 떠난다면 카메라 없이 떠나볼까 합니다. 눈과 마음에 담아 아무에게도 보이지 못한 채 말로만 설명할 수 있는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아마 그녀가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기억을 오래 담지 못하는 편이라 결국 아무 말도 못할 거라 흉볼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입으로 말하는 여행담은 거의가 거짓말이다‘라는 말이 있죠. 기억하지 못하면 꾸며서라도 해야죠. 여행은 원래 그런 거잖아요. 아무리 사실대로 설명한다 해도 듣는 사람은 또 다시 상상으로 들을테니까요. 결국 떠나본 사람들에게만 존재하는 ’특별한 경험‘. 그게 여행이 아닐까요? 잠시 크로아티아에 다녀왔습니다. 내가 있는 천고마비의 하늘보다 조금 더 파란 하늘을 구경했습니다. 즐거운 상상은 덤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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